어떻게 덮어질 지를 기대했다
2026.04.16
점
마구는 마음속에 점 하나를 찍어 둔 것 같았다.
이전까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가볍게 넘기려 했다. 실은 의도한 것도 아닌 채 그렇게 살아왔다.
그래도 기회가 되는 날 거부감의 이유를 들여다보려 했다.
하지 못한 것과 말이 있으니, 정리되지 않은 관계들이 있으니, 알지 못한 것들이 있으니, 내가 없어도 계속될 것 같으니.
또 가까워질수록 몸이 먼저 무너져 있을 것 같았고, 끝에 가서는 가진 것도 남긴 것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아서, 그래서 기껏 채웠다 여겼던 모든 것이 아까울 것 같아서.
고통보다도 초라함이 두려운 건지.
이유를 하나씩 붙이다 보니 어딘가에 가까워진 듯했지만 시선을 돌리면 그 깊이도 메워져버렸다.
다만, 그 걱정 속엔 남을 보지 못한다는 데 대한 아쉬움은 거의 없었다.
그걸 깨닫고 나니 내가 두려워한 건 죽음보다도 초라함에 가까웠다.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 있는데도, 이미 어떤 구간은 지나왔다는 생각을 곧잘 했다.
몸의 성장은 이미 끝났고, 그 대신 다른 쪽을 계속 채워야 한다는 압박이 있었다.
누가 시킨 적은 없지만 그 막연한 압박은 자주 무력함이 되었고, 그래도 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한 번뿐이라면,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헛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서 마구는 점을 하나 찍었다. 이 점이 이어지든 덮이든, 적어도 이런 생각을 했던 때가 있었다는 건 기억하고 싶었다.
마구는 자기 표현의 미숙함을 아쉬워했다. 생각의 무게를 문장으로 옮기지 못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니 계속 생각하고 읽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조금씩 알아 가는 삶을 떠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