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 10만 원

용기를 냈다

칼을 들었고 문을 잠그셨다.

나는 그때 얼마나 어렸나, 교복을 입긴 했는데 힘이 없을 뿐이지 많이 어렸을까. 일단 몸으로도 목소리로도 그 상황에 영향을 끼칠 순 없으리라 느꼈다.

그 모습을 봐야 했던 이유를 기억하진 않는다. 불안 이상의 감정과 몸 군데군데가 저렸던 감각이 남았다. 심장이 뛰고 머리에 피가 빠르게 솟구치다가 머지않아 손 끝이 징하게 저렸었다.

그래도 적지 않게 싸우는 걸 봐왔는데, 싸우는 회차가 늘어날 때마다 눈을 감고 귀를 막는 요령이 생겨갈 쯤이었는데 그날은 그렇지 못했다.

언성이 높아지다가 부엌에서 칼을 들고 방 안에 들어갔고 그때부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누가 무엇을, 누가 어떻게. 나는 알 수 없었다.
1분이 내게 너무 길었으니 나는 전화를 했다.

숨 죽이다 누군가한테 상황을 전달하려 입을 떼보니 내뱉는 문장들이 죄다 흔들렸다. 휴대폰을 잡은 손보다도 목이 불안정했다.

나는 분명 집 주소를 계속, 계속, 계속 말했는데 다시, 다시, 다시 집 주소를 확인받았다.
말이 목에서 부서지고 있었나 보다. 어쨌거나 묻는 시간에 빨리 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애초에 내 위치를 발신 전화 정보로 알 수 없는 걸까. 알면서도 상황파악을 위한 방법일까. 그런 생각이 스쳤다.

그때 강아지를 키웠어서 다행이다. 내 까만 강아지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시선을 둘 곳이 있었다.

똑똑한 내 강아지는 그날 눈치 없었다. 눈치없는 척을 한 거라면 정말 대단한 강아지인데, 처음 보는 경찰원에게 꼬리를 흔들며 다가갔던 게 기억난다.

잠겼던 문이 해소되고 사람이 보였을 때 내 손 떨림은 멈추고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던 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그 일에 대해서 후에 경과에 대한 경찰의 확인 전화 말고는 그 누구도 언급하지 않았다.

나만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건 아니었던 건가 보다. 당사자들은 그 상황을 마무리할 방법을 몰랐다.

한 명은 집을 떠났고, 몇 주가 지나 내게 10만 원을 쥐어주고 다시 떠났다.

나는 내가 못된 사람이라 느꼈다. 내 불안함으로 인해 더 큰 망가짐을 불러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기적이었다. 그 감상을 빠르게 잊었다. 그러다 그 십만 원에 한 번 더 울었다.

보여주지 않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