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읽는 방법(1)

2026.06.08

하늘로 사람을 생각한다

왜 관심이 갈까

사주, MBTI, 점성술 등등. 어느 정도 친해진 사람들과 나누기에 좋은 소재였다. 어느 정도 나를 알겠고, 어느 정도 사회에 역할을 강요받았고, 그러니 어느 정도 그 태를 갖추어왔다. 하지만 그 어느 정도 이상부턴 여전히 무엇도 모르는 미생이다 보니 미래를 엿보는 소재를 즐기게 된다.

다소 사이비스럽게 여길 수 있지만 몇백, 몇천 년의 상상력을 알아보는 건 클릭커게임을 즐기는 것보다 좀 더 남는 게 있을 거라 생각한다.

사주와 점성술

MBTI는 내가 아는 나를 골라내어 4글자로 표현하고 다시 그 성향을 설명했다. 이에 비해 사주는 년월일시를 통해 음양오행이라는 다소 근거가 있다고 봐야할지 모르겠는 출발지를 가지고 나의 천성과 운명을 본다. 이는 동양에서의 이론이며 서양에는 점성술이 있다. 점성술의 기준은 년월일시보다도 태어난 순간의 하늘, 천체를 기준으로 잡는다.

점성술을 파고들기 전에 덧붙일 사족이 있다. 내가 MBTI를 측정했을 때, 개인정보 세션을 초기화한 채로 AI에게 점성술로 내 MBTI를 물어봤을 때, 또 세션을 초기화해 사주로 MBTI를 물어봤을 때 거의 유사하게 나왔다. 단 한 가지만 달랐는데, 그 부분은 나 또한 확신하지 못했던 자리였다.

점성술이 중점으로 보는 것

사주는 보통 인생의 흐름과 운세를 본다. 이는 목화토금수의 기운의 균형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 기운을 통해 언제 나에게 취업운이, 결혼운이, 재물운이 들어오는지 알아내려 한다.

이에 비하면 점성술은 나의 ‘성향’에 초점이 더욱 맞추어져 있다. 나는 왜 인간관계에서 지치는지, 왜 완벽주의의 성향을 타고 있는지 등등 캐릭터 분석에 가깝다.

그래도 결국 다른 문화권에서 출발한 이 두 개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 어떤 기운의 영향을 받는다’라는 전제를 갖고 있으니 인간이 의미를 부여하는 방식은 참 재밌다.

재밌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말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무언가가 남는다.

천체와 성향

고대 사람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밤하늘을 참 많이 봤을 거다. 나도 저녁에 혼자 걷게 된다면 숙이고 있던 고개를 의식적으로 올려 별을 찾는다. (최근에 알았는데, 항상 인공위성이라고 생각했던 밝은 것들은 실은 정말 별이었다. )

어찌됐던 취미가 별을 보는 것이었던 그 시대의 사람들은 이 하늘의 변화를 토대로 무슨 일이 생겼는지에 대해 몇백 년을 이어서 서술해왔다.

특히나 왕에 대해서 그랬을 거다. 토성이 어디에 있는데 그때 전쟁이 일어나고 왕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왕은 곧 국가이니, 국가의 미래를 하늘을 통해 알아내고자 했던 거다.

그 시절의 데이터가 쌓여감에 따라 국가 단위에서 개인인 본인에 대해서도 그 관계성을 찾고자 했을 거다. 태어난 순간과 하늘의 상태를 기록하는데, 여기엔 ‘하늘과 인간은 연결되어 있다.‘라는 배경이 존재했다.

As above, so below

하늘의 질서는 세상의 질서가 되고, 세상의 질서가 인간의 질서가 된다. 다만, ‘행성이 원인’이라 본 건 아니고, ‘행성이 상징’이라 보았다. 태양은 자아이며, 달은 감정이며, 금성은 사랑이며, 화성은 행동으로.

하지만 객관성을 잃지 않기 위해 과학의 입장에서 보자.

출생 시의 행성 위치와 성격 사이의 인과관계는 입증된 적 없다.

각 행성의 의미

행성이라 하면 불편할 이과생도 있다. 밤하늘에서 움직이는 것들이라고 다시 크게 보고 대표적인 애들을 현대에서 재정의하자면 아래와 같다.

태양은 항성이며 달은 위성이고 금성, 화성, 목성, 토성은 행성이다.

태양

고대인 입장에서 태양은 낮을 만들었다. 생명을 유지시켜 농사를 가능하게 했고 이 기본적인 빛과 열이 없으면 다 죽었다. 그러니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태양 = 중심 = 생명력 = 존재 => 내가 누구인가?

달은 매일 모양이 바뀌고 차고 기울고 사라지고 조수간만에 영향을 주었다. 이로 미루어보아

달 = 변화 = 주기 = 리듬 => 사람의 감정(출렁임)

금성

금성은 사실 태양,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이름도 금성. 그래서 고대 사람들은 아름다운 별로 여겼는데, 이는 곧 아름다움이고 매력이며 예술이자 사랑으로 번졌다. 금성의 이름인 Venus는 사랑의 여신의 이름이기도 하니까.

금성 = 사랑 = 미적 감각

화성

화성은 붉다. 이 붉은 별은 피를 의미하고, 그 피는 전쟁을 생각나게끔 한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성향들이 이어진다.

화성 = 전쟁 = 공격성 = 추진력

목성, 토성

목성은 크다. 짱 크다.

목성 = 大 = 풍요 = 확장 = 성장, 행운

토성은 맨눈으로 보이는 행성 중에 가장 느리게 움직이는 것으로 보였다.

토성 = 느리다 = 무겁다 = 제약, 책임

끝으로

사주와 점성술로 결론을 내린 인간의 성향, 운명 외에도 그들의 상징과 이름의 부여 방식이 감상을 준다. 천체의 이름들만 봐도 그렇다. 무언가를 의미하기 위해 지은 이름들은 필연적으로 서로가 닮아있다.

내가 흥미를 느끼는 건 운명이 아니라, 인간이 운명을 설명하려 했던 방식인지도 모른다.

인간이 무언가를 보고 떠올리는 감상이 비슷하다는 게 어찌 보면 정해진 공식인건지. 태양을 보며 생명을 떠올리고, 붉은 화성을 보며 전쟁을 떠올리고, 달을 보며 감정을 떠올린 건 우연일까.

우연이 아니라면 태어남 자체가 공식이라는 증거 중 하나가 아닌지 그런 생각도 떠오르다가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