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일

2026.09.17

축하받을 일

1

-“야 뭐 먹고싶냐”
“미역국요. 이번주에 생일이어서.”

-“너 생일인데 내가 사주는 거야”
“그래용”

[#]

2

‘야 나 자랑할 거 있당’

-뭐 너 내일 생일인 거?
‘겸사겸사.. 내일 휴가라고 자랑할려던건데, 나 생일 안받안줌 챌린지 중야. 동참할래?’
-‘헐 안돼 야 그럴거면 이번은 받아, 위시리스트 공개 좀’

흠.

‘나 그럼 반포자이. 15층 정도가 조아’
-15층 멀미난다
‘알았어 극세사 수건세트 5개 이상으로 부탁해 ㅎ’
-‘시원하네 좋다야’

[#]

3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전화했네?

목소리 되게 다정하시네.

“응 나 이제 퇴근!!”

-우리 딸 생일 축하해, 너 생일 선물로 ..
”나 그건 안 돼. 게장은 보내지 말아줘”
-참.. 이거랑 저거랑 다음 주에 내려가면 줄게 그리고 …

어쩌구저쩌구

“아빠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내 생일이 왜 특별한지 모르겠어. 내가 태어난 건 나한테 특별한 건데 왜 다른 사람한테 축하받을 일이지?”

-너도 자식이 생기면 다를 거야. 그리고 그런 걸 빌미로 한 번씩 챙길 기회가 생기는 거고.

“지인이나 친구 정도면 내가 태어났다는 거에 축하하는 것도 그렇고 생일선물을 주는 게 당연한 건 아니잖아. ”

주고받은 거 따져가며 적절한 금액의 선물을 찾는, 원래 의미를 퇴색시키는 상황도 많이 봤고.

-너 1년에 친구들한테 축하받을 일이 몇 번이나 있냐 한 번?

“거의 없지”

-그럴 때라도 챙기는 거라니까

이따금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둘러싼 관계를 확인하고자 하는 핑계 같기도 해.
나도 그랬던 거 같아.

[#]

4

-‘우리 딸 미역국도 못해줘서 어떡해’
‘마음만 받을게 ㅎ’
-‘운동 중이야?’

부재중 하나와 타이밍 안 맞아서 늦게 본 문자.
그래서 걸었던 전화. 근데 아직 저녁을 못 먹어서 굶주린 채 예민해 있던 상태.

“아.. 피곤해”

-“울 딸 생일이네~”
“생일 별로. 이젠 별 생각없는데.”
-“케이크 챙겨줄 사람은 있어야지”
“딱히 상관없어.”
-”.. 그래 알았어.”

20초도 안 되어서 끊긴 전화. 이대로면 나는 찝찝하게, 엄마는 서운하게 잠들어버리겠지.
그래서 씨리얼 세 입을 입에 구겨넣고 다시 전화 걸었다.

“미안해, 아직 밥을 못 먹었더니 예민했어.”

-“응~”
“나는 사실.. 이제 이 나이 되니까 내 생일이 딱히 의미없어, 근데”
-“응”
“내가 태어난 건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엄마한테 고마워.”
-”…저번주에 왔으면 소고기라도 사줬을텐데. 이번주는 하필 엄마가 또 일 있어서..”
“아냐, 나 내일 시험 볼 거 있어. 아무튼 고맙고, 그러니까 엄마도 내일 잘 지내길 바라.”

고마워라는 한마디로 마무리했으니
나는 오늘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