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할 일

2026.09.20

축하받을 일

1

-야 뭐 먹고싶냐
“미역국요. 이번주에 생일이어서.”

-너 생일인데 내가 사주는 거야
“그래용”

[#]

2

‘야 나 자랑할 거 있당’

-뭐 너 내일 생일인 거?
‘겸사겸사.. 내일 휴가라고 자랑할려던건데, 나 생일 안받안줌 챌린지 중야. 동참할래?’
-헐 안돼 야 그럴거면 이번까지만 받아, 위시리스트 공개 해

귀여웡

‘나 그럼 반포자이. 15층 정도가 조아’
-15층 멀미난다
‘알았어 극세사 수건세트 5개 이상으로 부탁해’
-취향 시원하네 좋다야

[#]

3

-안 그래도 전화하려고 했는데, 전화했네?

목소리 다정하시네.

“응 나 이제 퇴근!!”

-우리 딸 생일 축하해, 너 생일 선물로 …
”나 그건 안 돼. 게장은 보내지 말아줘”
-참.. 이거랑 저거랑 다음 주에 내려가면 줄게 그리고 …

어쩌구저쩌구

“아빠 나 궁금한 거 있어”

-뭔데?

“내 생일이 왜 특별한지 모르겠어. 내가 태어난 건 나한테 특별한 건데 왜 다른 사람한테 축하받을 일이지?”

-너도 자식이 생기면 다를 거야. 그리고 그런 걸 빌미로 한 번씩 챙길 기회가 생기는 거고.

“지인이나 친구 정도면 내가 태어났다는 거에 축하하는 것도 그렇고 생일선물을 주는 게 당연한 건 아니잖아. ”

주고받은 거 따져가며 적절한 금액의 선물을 찾는, 되려 퇴색되어 보이는 상황도 많이 봤고.

-너 1년에 친구들한테 축하받을 일이 몇 번이나 있냐 한 번?

“거의 없지”

-그럴 때라도 챙기는 거라니까

이따금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러다가도 확인받으려는 핑계 같단 말야.
나도 그랬던 거 같고.

[#]

4

-‘우리 딸 미역국도 못해줘서 어떡해’
‘마음만 받을게 ㅎ’
-‘운동 중이야?’

부재중 하나와 타이밍 안 맞아서 늦게 본 문자.
그래서 걸었던 전화. 근데 아직 저녁을 못 먹어서 예민해 있던 상태.

“여보세요? 나 피곤해”

-울 딸 생일이네
“생일 별로. 이젠 별 생각없는데.”
-케이크 챙겨줄 사람은 있어야지
“딱히 상관없어.”
-.. 그래 알았어.

20초도 안 되어서 끊긴 전화.
이대로면 나는 찝찝하게 엄마는 서운하게 잠들 거 같은데.
그래서 씨리얼 세 입을 입에 구겨넣고 다시 전화 걸었다.

“미안해, 아직 밥을 못 먹었더니 예민했어.”

-응
“나는 사실.. 이제 이 나이 되니까 내 생일이 딱히 의미없어, 근데”
-응
“내가 태어난 건 특별하다고 생각해. 그래서 엄마한테 고마워.”
-…저번주에 왔으면 소고기라도 사줬을텐데. 이번주는 하필 엄마가 또 일 있어서..
“아냐, 나 내일 시험 볼 거 있어. 아무튼 고맙고, 그러니까 엄마도 내일 잘 지내길 바라.”

고마워라는 한마디로 마무리했으니
나는 오늘 편히 잘 수 있을 것 같다.

[#]

5

-야 좀 맛있는 건 먹었냐?

얜 좀 의외인데.

‘아니 ㅎ 나 오늘 시험 떨어졌오’

-시험 어렵더나
’그냥 내가 바보인 것 같은뎅’
-네가 떨어졌음 둘 중 하나야
-시험이 xxxxx거나 네가 진짜 바보거나
-다음 주에 진짜 맛있는 거 예약해놨으니까 그땐 식단하지마
-그리고 게임 하나 보낼게. 설치 좀 대신 해줘

-하고 싶으면 너도 해봐도 되고. 새로 나온 거야.
‘웅 구경 해볼게 고마워’

선물이구나. 고마워

[#]

6

트렁크를 열더니 꽃다발을 줬다. 생화를 받았다.

“네가 생화도 줄 줄 안다구?"
"..제일 화려하게 달라고 했지”

안 웃을 수 없었다. 집에 와선 빈 유리꽃병에 옮겨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