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팬

2022.01.01

내가 제일 먼저 좋아했을 거야

오늘은 2026년 04월 19일. 여럿 있는 일기장 중 하나가 이걸로 시작했다.

꺼낸 일기

인턴 출근을 위해 짐을 싸서 새벽부터 가족들이 이사를 도와줬다.
전날인 12월 31일엔 3년만에 오빠랑 대화다운 대화를 했다.

내가 왜 가족한테 그렇게 예의없이 구는지, 혹은 내가 어떤 기억을 떨치지 못했는지 얘기했다.
얘기를 하고서야 이해되는 부분도 있었다. 나는 5년 전, 10년 전, 15년 전의 일들과 긴장과 외로움을 기억했다.

내 친구들이, 가족 얘기만 나오면 은연 중에 내 눈칠 보는 데에 질렸다.
때가 되면 아무 일 없던 척 하는 가족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꺼려했던 것에 비해 오빠는 그 아무렇지 않게 하는 데에 더 앞장섰다.
나는 과거를 되새기고 해석하고 왜곡하는 반면, 오빠는 이전 일들은 덮고 변해서 나아가는 쪽을 택했다. 그렇게 만들어냈다.

나는 원망으로, 오빠는 격앙으로 끝냈던 이전과 달리 계속 얘기했다. 울음으로 문장이 다 망가져도 정적이 생길 때까지 들어줬다.
그리고 나는 내 친구에게 말했었던, ‘아마 내가 우리 오빠 첫 번째 팬이자 첫 번째 안티인 걸’이란 말을 돌려줬다. 그렇게 화해했다. 오늘로 돌아와서 종일 이삿짐을 옮기고, 새롭게 사고 배치하고 계약쓰고 그렇게 금방 8시가 되었다.

밥을 자주 거른 탓에 몸이 망가진 게 돌아오진 않아 그 탓에 더 예민해지고 있었고, 그래서 더 가족들한테 순간순간 못되게 구는 걸 또 자제하지 못했지만 이사를 도와준 엄마 아빠가 무사히 돌아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아빠는 내가 대견하다고 했다. 어쩌면, 그동안 나는 아빠의 자존심을 무시했나보다.

다시 생각하면

얼굴 보고 말해 줄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오빠가 끄적였던 것들을 일찍이 친구들에게 자랑했던 나의 보는 눈을 뻐기고 싶다.

물론 내 감수성이 그 감수성은 아니긴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