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책을 골랐어
2026.04.23
생일 축하해
퇴근하고서
“나 책 빌렸는데, 저번에 빌린 건 너무 어려운 책이라 이번엔 좀 쉬운 걸로 골랐어. 과학책”
-과학책이 쉬운거라고?
“아니.. 생각이 많은 사람은 어떤 건가 싶어서 니체를 공부하고 싶었거든. 그래서 처음엔 쉬운 걸로 배경은 좀 알겠으니, 이젠 진짜 책을 읽어도 되겠다 싶었는데 안 되더라”
-그래 그럴 때가 있지. 나는 책보다는 그냥 생각을 많이 해서 철학은 …
“철학자는 외로운 사람같아.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걸 느끼고, 그걸 정의해도 공감받기 어렵고, 더 깊어지기만하다가 무력해지고 허무해지고.”
괴짜같기도 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오히려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자 하다가 실패하고. 하지만 다시 거기에 온 시간을 쏟아.
-누구나 외로워. 저기 아무렇지 않게 오히려 행복하고 마냥 잘 지내는 사람도 카페가서 커피 하나 마시면서 인생 참 외롭다고 생각하는 법이야
그렇긴 한데, 근데 그 무게가 다른 것 같은데.
-그렇게 책으로 인생을 사는 데 참고가 될만한 게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야.
“맞아, 참고한다는 게 중요한 거 같아. 나는 그렇게 산다기보다 내 선택지를 늘린다고 여겨.”
흘러가다가, 또 다른 얘기
-나이먹으면 공부가 안돼. 60 넘으니까 진짜 안 돼. 그게 참 속상해. 이제 지금 하는 공부가 마지막일 것 같아 그럴 수밖에 없어.
대답할 수 없고 대답을 바라지 않는 따뜻한 목소리
-머리카락은 많이 자랐어?
“응. 나 진짜 이상하게 유독 머리카락이 엄청 빨리 자라. 단백질 많이 먹어서 그런가봐”
…
“생일 축하해요.”
내 살면서, 아빠한테 생일 축하한다는 언제 해본 적 있었나.
최소한 말로 하는 건 이게 처음 아니었을까.
그래서였는지 한 1초가 살짝 덜 채워지는 정적이 있고 아빠는 웃으면서 문어나 보내달랬다.